한강 둔치에서 쑥을 거두다
오월 마지막 주, 비가 그친 한강 둔치에서 쑥을 거두며 색의 계절성을 기록한 하루입니다.
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새벽 비가 그치고 한강 둔치로 나갔습니다. 비가 그친 직후의 쑥은 잎에 물이 맺혀 있어 색이 한 톤 더 연하게 보입니다. 같은 자리라도 오전과 오후, 맑은 날과 흐린 날에 거두면 안료의 색이 다릅니다. 이번 채집은 흐린 직후를 노렸습니다.
쑥은 한 자리에서 필요한 만큼만 거둡니다. 줄기를 잘라도 뿌리가 남으면 다음 해에 다시 자라지만, 뿌리까지 뽑으면 그 자리는 비워집니다. 가위로 줄기 중간을 잘라, 한 자리에서 손바닥 한 뼘 분량만 거두고 다음 자리로 옮깁니다.
색의 계절성
오월의 쑥은 연한 초록, 칠월의 쑥은 짙은 청록, 구월의 쑥은 누런 갈색을 냅니다. 같은 식물이지만 채집 시점이 안료의 색을 결정합니다. SOL에 쓰인 쑥 안료는 오월 말에 거둔 것과 칠월 초에 거둔 것 두 종류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같은 자리, 같은 식물. 그러나 채집한 날이 다르면 색이 다르다."
말리는 방법
거두어 온 쑥은 작업실 다락에서 그늘 건조합니다. 직사광선에 말리면 엽록소가 빠져 색이 누렇게 변합니다. 서늘하고 통풍이 되는 다락에 널어두면 약 보름이면 바스러질 만큼 말립니다. 이때 잎과 줄기를 나누어 따로 말리면, 같은 채집분에서 두 가지 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록에 남기는 것
채집일지에는 날짜, 날씨, 자리의 특징, 거둔 양, 그리고 채집한 식물의 상태를 적습니다. "비가 그친 직후, 잎에 수분이 많았음"과 같은 짧은 메모가, 나중에 같은 색을 다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번 채집분은 SOL의 중간 밝기 영역에 쓰였습니다. 한 달 뒤 변색 관찰을 거쳐, 두 번째 안료로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