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갈흙의 회청
인왕산 자락에서 거둔 자갈흙을 갈아 만든 회청 안료가 SOL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담당하는지 기록합니다.
식물 안료만으로는 그림의 어두운 부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꼭두서니의 철 염 회청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인왕산 자락의 자갈흙을 갈아 안료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채집과 정제
자갈흙은 인왕산 둘레길 옆, 비탈진 곳에서 거둡니다. 흙덩이를 작업실로 가져와 말린 뒤, 막사발로 갈고 체로 쳐서 고운 가루만 남깁니다. 물에 풀어 무거운 모래는 가라앉히고, 위의 맑은 물을 따라내어 다시 말리면 아주 고운 흙 안료가 됩니다.
색의 특성
인왕산 자갈흙은 젖었을 때 짙은 회청, 말랐을 때 연한 회색을 띱니다. 바인더와 섞으면 젖은 상태의 색에 가까워지므로, 색을 고를 때는 반드시 말린 뒤의 색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식물이 빛을 만들면, 흙이 그늘을 만든다."
SOL에서의 역할
SOL의 어두운 영역은 꼭두서니 철 염 회청과 인왕산 자갈흙 회청을 반반 섞어 만들었습니다. 식물 안료만 썼을 때는 어둠이 약간 투명해 보였는데, 흙 안료를 섞자 불투명하면서도 깊은 어둠이 되었습니다.
메모
흙 안료는 식물 안료보다 입자가 굵어 칠할 때 거친 결이 남습니다. 이 결을 SOL에서는 일부러 남겨, 그림의 아래쪽에 채집 현장의 질감을 옮겼습니다.